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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의 자리에 심는 따뜻한 불씨 본문

목회칼럼

미움의 자리에 심는 따뜻한 불씨

정목사! 2026. 3. 6. 09:28

해 질 녘 숲길을 걷다 보면, 어스름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옷깃을 파고듭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을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마음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믿었던 사람에게 입은 상처로 인해 가슴 속 타오르던 열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순간들 말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를 춥게 만든 대상을 향해 문을 걸어 잠급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너도 똑같이 추워 봐야 해.' 타인의 고통을 통해 나의 상처가 보상받기를 원하는 마음, 어쩌면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갖는 서글픈 자기 방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차가운 냉기를 더 차가운 냉기로 갚아준다면, 결국 남는 것은 모두가 얼어붙은 동토(凍土)뿐이지 않을까요? 오늘은 오래된 지혜의 책이 들려주는, 꽁꽁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신비로운 불씨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성경 로마서에는 매우 독특하고도 오해하기 쉬운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롬 12:20). 현대인의 시각에서 이 문장은 마치 원수에게 뜨거운 고통을 주어 복수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시계를 2천 년 전 고대 근동의 척박한 광야로 돌려보면, 이 풍경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 시절, 불(Fire)은 곧 생명이었습니다. 성냥도 라이터도 없던 때, 한 번 꺼진 불을 다시 피우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었습니다. 만약 밤새 불이 꺼진다면, 그 가정은 추위와 맹수의 위협, 그리고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때 불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불이 꺼지지 않은 이웃집을 찾아가 불씨를 빌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설령 그 이웃이 평소 껄끄러운 관계였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불을 빌리러 온 사람은 빈 화로를 머리에 이고 섭니다. 이때 집주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는 무엇일까요? 꺼져가는 작은 불씨 하나를 인색하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거친 바람을 맞더라도 결코 꺼지지 않도록, 활활 타오르는 숯덩이(νθραξ)를 그릇에 가득 담아 머리에 올려주는 것입니다. 즉, '숯불을 머리에 쌓아주는 행위'는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생존의 위기에 처한 이웃을 살리는 '조건 없이 주어지는 선물'이자 극진한 배려였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광야에서 때로 길을 잃고, 소중한 불씨를 꺼뜨린 채 떨고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상태를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상태(죄)'라고 부릅니다. 본질에서 벗어나 차갑게 식어버린 영혼을 안고, 우리는 감히 누군가의 문을 두드릴 자격조차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길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히브리어로 숯불을 뜻하는 '가헬레트'(גַּחֶלֶת)는 단순한 검댕이 아니라 붉게 타오르는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절대자이신 그분은 빈 그릇을 들고 선 우리에게 심판의 냉기 대신, 당신의 가장 뜨거운 심장인 사랑을 숯불처럼 가득 담아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침례'를 통해 차가운 물 속에서 옛 자아를 장사 지내고 다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생명의 불씨가 우리 안에 옮겨붙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함께 모여 떡과 잔을 나누는 '주의 만찬'은, 서로의 꺼져가는 가슴에 이 따뜻한 불씨를 나누어 담는 거룩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헬라어 원어 '소류오'(σωρεύω)는 '무더기로 쌓다', '풍성하게 주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찔끔 주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부어주는 사랑.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받은 사랑의 원형입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머리에 숯불을 쌓는다는 것은, 내 안에 넘쳐흐르는 그 사랑의 온기를 견딜 수 없어 흘려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혹시 지금 당신의 마음을 춥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습니까? 그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밤을 지새우기보다, 그 사람 역시 어딘가에서 불이 꺼져 떨고 있는 연약한 영혼임을 기억해주십시오.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은 세상의 방식이지만, 악을 선으로 덮어 녹여버리는 것은 하늘의 방식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냉소와 비난을 던질 때, 그 차가움에 맞서려 하지 마십시오. 대신 당신의 화로에 담긴 가장 따뜻한 숯불을 꺼내어 그의 빈 그릇을 채워주십시오.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 어린 배려,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인내는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그의 머리 위에서 타오르며, 얼어붙은 그의 양심과 영혼을 녹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 미움이 있던 자리에 따뜻한 불씨 하나를 심으십시오. 그 온기가 결국 당신의 겨울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숲을 따뜻하게 지켜줄 것입니다.